레이블이 lesen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lesen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3월 3일 일요일


김광진 - 편지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 가오

2013년 2월 25일 월요일

나희덕 - 푸른 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2013년 2월 18일 월요일

김광석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김광석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 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속에 묻히면 그만 인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세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맘속에 빛나는 별 하난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릴케-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 마음속의 해결되지 않은 모든것에 대해 인내하라.
잠긴 방처럼 외국어로 씌여진 책처럼 의문자체를 사랑하려하라
답을 구하지 말라 당신이 답대로 살 수 없기에 답은 올수도 없다
요지는 모든 것을 살아 내는 것이다
지금은 의문을 품고 살라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답속에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2013년 2월 15일 금요일

꽃피는 시절

꽃피는 시절

                                                          이성복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에서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도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 난 몸뚱이 갈가리 찢어지고

나는 울고 싶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 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 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낼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볼 댕길 일 막막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 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보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막만 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쮜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참 아름다웠던 지난 여름에 온 마음을 두고 온 나는
아직도 그 바다, 그 밤에서만 헤매다
눈앞이 멀어 버렸다
마음이 얼어 버렸다